클라이밍을 하며 생긴 4가지 변화

"몸, 마음, 생활, 인간관계의 변화들"

2019년 5월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출석했고 주말에도 웬만하면 하루는 나갔다. 1년 8개월 동안 일주일에 최소 2번에서 많게는 7번까지 클라이밍을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꾸준히 한 운동이자 처음으로 재미를 느낀 운동인 클라이밍. 꽤나 긴 시간 동안 꾸준히 클라이밍을 하면서 생긴 변화에 대해 생각해 봤다.


몸의 변화
요지부동이던 근육량에 변화가 생겼다. 클라이밍을 시작하기 전인 2018년 12월 나의 근육량은 20.5kg. 2019년 5월부터 클라이밍을 시작했고, 같은 해 7월 말 근육량은 0.8kg 늘어난 21.3kg을 기록했다. 누군가는 겨우 0.8kg 늘어난 걸 갖고 변화라 할 수 있냐며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이건 나에게는 매우 큰 수치다. 과거에 6개월 동안 PT 50회 받고 늘어난 근육량이 고작 0.2kg였으니까 0.8kg 증가면 어마어마한 변화라 볼 수 있지 않을까?다른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것도 아니다. 오로지 클라이밍만 했다. 근육량은 더 늘어서 2020년 11월 말 기준으로 21.7kg이 됐다. 중간에 22kg까지 간 적도 한 번 있었지만 다시 내려와서 21.5~7kg 정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아 물론 11월엔 체지방량도 늘었다(ㅋㅋ)

또다른 몸의 변화가 있다. 몸무게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 변하지 않은 몸무게가 사실은 몸의 가장 큰 변화다. 다이어트를 한 건 아니지만 클라이밍을 잘 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식단 조절을 한 것과 지구력 강화를 위한 클라이밍 인터벌 훈련을 주 2회 꾸준히 진행한 효과라 볼 수 있을 듯. 특히 클라이밍은 유산소+무산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그렇게 쳐먹으면서도 그나마 체중 유지가 된 것 같다. 클라이밍으로 이뤄낸 만족스러운 몸의 변화!!! 2021년 목표는 근육량을 유지하면서(혹은 늘리면서) 체중을 40kg대로 만드는 일이다.


마음의 변화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취감을 잃었다. 저연차 때에는 내가 쓴 보도자료나 기획자료가 기사로 나오는 걸 보며 큰 보람을 느꼈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모든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기사는 늘 나와야지. 일희일비 하지 않는 짬바가 생겼지만 일희일비 했던 짬찌 시절이 더 보람찼던 10년차 직장인의 현재.

섦이라고는 없었던 일상에 클라이밍이 들어왔고, 클라이밍은 나를 짬찌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클라이밍을 할 때 만큼은 일희일비 했다. 이 운동은 죽어라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다. 대신 생각과 탐구를 한다. 저 문제를 풀기 위해 내 발과 손을 어떤 위치에 놓고 어디에 힘을 줘야 할지 생각해야 하는 운동. 몸으로 부딪쳐보고 실패하면 다시 생각해보고, 친구들과 논의하고, 다른 사람의 무브를 세세히 살핀다. 그리고 성공한다. 계속 떨어지던 루트를 완등 해낸다. 한 번에 성공하는 기분도 좋지만 몇 번 실패한 후 성공하면 더욱 짜릿하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격언이 맞는걸까. 클라이밍을 시작한 후 한껏 활력이 생겼다. 클라이밍을 하며 얻은 작은 성공 경험과 짜릿함, 성취감들이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자존감을 높여줬고 일상에 활력을 줬다. 일을 잘 하기 위해 시작한 클라이밍이 아닌데 클라이밍을 통해 얻은 자신감이 나의 주 일상인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됐다.  

생활의 변화 
예전엔 퇴근 후에 뭐했지? 주말에 뭐했지? 클라이밍 없는 나의 여가 시간이 생각나지 않는다. 클라이밍을 시작하기 전에는 퇴근 후에 쓸데 없이 아이쇼핑을 하다가 충동구매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는데... 맛있는 것 먹고 집에 가자며 식비도 많이 썼다.


하지만 클라이밍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평일 저녁 타임에 갈 곳이 생기다 보니 쇼핑이나 외식하는 시간이 확 줄어들게 됐다. 클라이밍을 하지 않는 날에는 다음 날 클라이밍에 대비해 집에서 최대한 몸을 아끼며 쉬는 편. 최근에는 클라이밍센터 두 곳을 다니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주로 내 클라이밍 영상을 보거나 유튜브에 올릴 영상편집을 한다. 주말 중 하루는 원래 다니는 클라이밍센터를 가거나, 다른 곳으로 볼더링 투어를 가곤 한다. 생활이 그냥 클라이밍이 되어버렸다.


인간관계의 변화
동네친구들이 생겼다. 근처 사는 사람들이 같은 클라이밍센터를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친이 늘어난거다. 그 전까지 내가 만나던 사람들은 오래된 학교 친구들, 친하게 지내는 회사 사람들, 일하며 알게된 지인들 정도. 이들은 나이도 하는일도 다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클라이밍센터에서 만난 동네친구들은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완전히 다르다. 클라이밍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알게 된 만큼 클라이밍, 그리고 이 동네에 산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1도 없다. 그래서인지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 이해관계도 없다. 잘 보일 필요도 없다. 그냥 다 클라이밍에 미친 사람들이라서 하루종일 클라이밍 얘기만 하면 된다.


클라이밍, 그리고 같은동네라는 공통점 만으로 약 2년을 함께한 이 친구들은 이제 당근마켓 없이도 서로 물품을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다. 같이 러닝을 하고, 걷고, 홈트 계획을 세우고, 가끔 산도 오른다. 각자의 회사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물론 아직도 클라이밍 이야기가 80% 이상이지만)


그렇게 서울이란 곳에서도 동네 친구들이 생겼다.  
아 빨리 클라이밍 하고 싶다!!!!!






르미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스포츠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르미

10대엔 신화에 미쳤고, 20대엔 일에 미쳤고, 30대엔 클라이밍에 미쳤습니다. 10년 동안 홍보를 했고 현재는 스타트업 PR매니저로 일합니다. 일과 클라이밍에 대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