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해 1학기 수강신청을 하는데… "

대학교에 입학해 1학기 수강신청을 하는데 이런저런 교양필수과목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체육과목이 그랬다. '아~ 대학교에 와서도 체육시간이 있는거야?'  축구, 체력, 농구 같은 과목중 선택하는거였는데  난 제일 만만해 보이는 농구를 선택했다.  그 당시 국민대는 이미 졸업하긴 했지만 국가대표 센터 김성욱을 배출한 노란 유니폼이 특징인 대학농구의 다크호스같은 존재였지만 대학농구 리그에서의 순위는 이미 하위권으로 내려간 상태였다. 교양농구 첫 시간 우리를 가르칠 교수님이 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우리학교 농구팀 감독님이었다.  

내 기억으론 그저 농구팀 감독으로 온 분이라 감독만 할줄 알았지 이렇게 교양체육 시간을 맡게된건 처음이라 했다.  학교의 정책이 바뀌면서 특기생 위주의 스포츠팀이 서서히 해체되고 순수 아마추어로 돌아가는 과정이라 했다.  그 정책의 일환으로 운동부 감독님들도 수업을 맡아야 했단다.  체육교육과가 있었지만 거기선 선수들을 상대하는거라 뭔가 기본기가 갖춰진 애들을 상대했는데 이렇게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체육수업을 하는건 처음이라 고민을 많이 하셨단다.  


감독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초보자들을 데리고 무슨 농구를 한학기 동안 가르쳐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거든.  너희들은 그래도 농구가 좋아서 온 놈들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럼 동네농구에서 확실히 통할만한거 딱 한 가지 기술만 한 학기 내내 가르치는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이번 학기엔 레이업만 배운다.  가장 좋은 시츄이에이션에서 공을 잡든, 자세가 흐트러졌을 때 공이 왔든 상관없이 몸이 기억하는대로 레이업하게끔 만드는게 이번학기에 너희가 배우게 될 농구다"


"교수님~ 농구의 기초라면 드리블이나 패스연습이 낫지 않을까요?"

"한 학기에 드리블은 너희한테 어림없다.  어렵기도 하고 지겹지"


첫 시간은 혼란스러웠다. 감독님은 농구코트를 반으로 나누고 사람도 반으로 나누어 20여명이 쉬지 않고 돌아가면서 한 시간내내 레이업을 할 수 있는 포메이션을 가르쳤다. 


"지겨울 정도로 반복적으로 해야한다.  나중엔 의식하지 않고도 공이 들어가야해. 그 감각이 몸에 밸때까지 계속 반복한다"


첫 시간은 내내 그렇게 뺑뺑이를 쉴새없이 돌았다. 두 번째 시간도 마찬가지. 감독님은 코트 중간에서 서서 양쪽의 레이업이 돌아가는 상황을 계속 살피면서 중간중간 자세를 지도했다.  그렇게 3주쯤 지나자 우리들은 적어도 코트 오른쪽에서 뛰어들면서 패스받아 백보드를 튕기고 넣는건  레이업 로봇같이 기계적으로  할 수 있었다.


"좋아 이제 거리와 각도를 조금 변화를 준다"


어쨋든 코트 오른쪽을 공략해 들어가며 하는 레이업이 슬슬 지겨워질무렵 호각소리가 울렸다.  


"아주 좋아. 생각보다 괜찮군. 좀 더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번엔 백 레이업이다.  내가 시범을 보이지. 이렇게 링을 지나쳐서 오른팔을 쭉 뻗어서 팔꿈치는 편 상태에서 손목에만 스냅을 주는거야" 


역시 야매로 배우는거랑은 달랐다. 감독님이 초반에 몇 번 자세를 고쳐주기위해 고함을 치고  수십번 시행착오가 반복되자 각자 놀랍게 감을 잡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또 몇 주를 보냈다.  학기가 절반이상 지났을 때 우리는 오른손 레이업과 백레이업을 지겹게 반복해 거의 손에 넣었다. 

처음엔 시큰둥하게 시작한 감독님은 초보들을 가르치는 것에 조금씩 신이난 모양새였다. 어느날 또 다시 호르라기 소리가 울렸다.


"아주 좋아 아주 좋아. 내가 걱정했던 것 보다는 훨씬들 낫다. 이제 진짜 재미난걸 한다. 모두들 코트 왼쪽으로 이동"

"왼쪽에서 달려들때도 오른손을 쓰면 되겠지만 왼손을 쓰면 훨씬 편하다.  오른쪽으로 뛰어들땐 오른발을 내딛으면서 공을 받았지만 여기선 왼발에 받아 왼팔을 쭉펴면서 한다. 처음이라 생소할테니 오늘은 스텝 맞추는 것에 집중하면서 연습하도록" 


그렇게 왼손 레이업 뺑뺑이가 시작되었지만 모두들 스텝을 맞추지 못해 넘어지고 꼬이고 난리였다. 그날 수업은 아비규환이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모두가 스스로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다음 시간 초반도 마찬가지였다. 감독님은 그 아비규환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 때 양쪽에서 한 두명씩 스텝을 맞추는 놈들이 생겨났다.  왼손으로 공을 올리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지만 스텝이라도 맞춘게 어딘가


"그렇지"


그 모습을 본 감독님이 성공한 놈들을 칭찬했다.  


"상체와 하체는 따로노는거야. 스텝에 신경쓰다보면 왼손이 안올라간다. 그러니 하체가 자동으로 스텝을 만들때까지 거기에만 신경써라.  그리고나서 하체를 의식하지 않게되면 손에 신경쓰는거지"


'이게 된다고?' 맨 처음 왼발 스텝을 맞추고 왼손으로 레이업을 올려 성공했을 때 내 스스로 되뇌인 말이었다.  개폼이었지만 어쨋든 한 번 성공하고나자 두 번째는 일도 아니었다.  학기가 끝나갈때쯤 우리는 왼손 백레이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좋아~ 아주좋아. 이번 시간은 두 편으로 나누어 경기를 하겠다. 단, 득점은 양팀모두 레이업만으로 풀코트 시합이다" 


기묘한 농구시합이었다. 양팀은 왼손 오른손 백레이업을 가리지 않고 전선수가 모든걸 구사했다.  다들 반복연습한 대로 자세가 안정되자 볼만한 시합이 되었다.  몇 분마다 선수들을 전원교체해 가며 경기가 이어졌다.  한 학기 수업을 듣고 손에 잡히는(?) 성취감을 맛본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감독님도 만족스러운 표정.  그렇게 한 학기 농구수업이 끝났다. 


물론 이 기술은 동네농구에서 정말 유용하게 써먹었다. 농구에 있어 딱히 잘하는 부분이 없었던 나로서는 상대방 수비가 "허흑~ 왼손 레이업이라니?" 하고 나즈막히 지르는 소리가 어떤 칭찬보다 좋았다.



김용석님의 페이스북에 기고된 글을 스포츠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