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새로운 활력소, 라테스민턴

"여보, 한 게임 갈까?"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라테스민턴'이다.


라테스민턴을 처음 접한 건 지난여름이다. 작은 서랍장이나 조명 같은 인테리어 소품을 보기 위해 아내와 박람회에 방문했을 때다. 이곳저곳 신나게 구경하며 돌아다니던 중 한쪽 구석에서 '팡, 팡' 공 튀는 소리가 들렸다. 자석에 끌리듯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니 훤칠한 청년이 열심히 라켓을 휘두르고 있었다. 관심을 보인 우리에게 그 청년은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공놀이 하면 빠질 수 없는 나와 학창 시절 발레와 축구, 골프로 다져진 탄탄한 운동신경(?)을 자랑하는 아내는 라켓을 건네받았다.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아내와 나란히 서서 자리를 정하고 자세를 잡았다.


“준비됐지?”

“오케이~”


자신 있는 답을 한 아내는 앞을 주시하며 공이 오기를 기다렸다. 박람회에 방문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우리 주변을 에워쌌다. 처음 라테스민턴을 접하고 주변에 갤러리도 많이 모인 터라 라켓을 잡은 손에 땀이 맺힌 듯했다. 아내와 눈으로 신호를 주고받은 나는 허공을 향해 공을 보냈다. 모래주머니와 연결된 공은 줄의 탄성으로 라켓을 떠나 허공을 가로질러 앞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다.


'이런, 너무 약했다'

뻗어나간 듯했지만 다시 돌아오기에 힘이 부족해 짧게 떨어졌다.


“아~ 감잡았어~!!”

호기롭게 외친 나는 공을 주워 이번에는 좀 더 강하게 쳤다. 공은 한번 튄 뒤 아내에게 향했다. 아내는 다가오는 공을 향해 힘껏 스윙을 했다.


“어, 어~ 위쪽이다. 위~” 주변 사람들이 외쳤다.

아내가 친 공은 앞이 아닌 위로 향한 것이다. 천장에 닿을 기세였다. 주니어 시절 골프 선수 출신인 아내는 마치 티잉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선보이는 듯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자 금세 한 번씩 번갈아 치는 경지까지 올라섰다.


“재미있다. 우리 이거 사자~”

멈춰있는 공을 치는 데 익숙한 아내는 줄에 매달린 공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듯했다. 평소 볼링이나 탁구, 당구, 배드민턴까지 같이 해봤지만 아내가 재미있는 반응을 보인다거나 먼저 하자는 말은 흔치 않았다. 그런 아내가 해맑게 웃으며 라테스민턴 세트를 구입해 함께 치자는 제안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은 잠시였고 이내 짜릿함으로 바뀌었다.


함께 할 수 있는 운동과 다이어트에 대해 언제나 관심을 품고 사는 우리는 현장에서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일반 판매 금액보다 15% 정도 저렴한 가격도 구매 결정에 한몫했다. 모래주머니와 공 4개를 더 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인테리어 박람회에서 라테스민턴 세트와 건조채소 과자 한 봉지, 전동 마사지 건을 구입했다.


피서 겸 찾은 강릉의 강문 해수욕장에서 모래를 공수해 두 개의 모래주머니를 두둑이 채웠다. 야외 체육시설로 조성된 집 근처에서 본격적으로 라테스민턴을 시작했다. 본의 아니게 왼손잡이로 태어난 나와 오른손잡이인 아내는 모래주머니와 공을 가운데 두고 한 번씩 번갈아 치기에 알맞은 구조가 됐다. 초반에 감을 잡지 못하던 아내는 승부욕과 몸통 회전을 앞세워 재미를 찾아갔다. 40분가량 공을 치고 나니 둘 다 땀범벅이 됐다. 미리 챙겨간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냈고 500ml 물 한 통씩은 우습게 비웠다.


열심히 운동 중입니다.


역동적인 스윙을 보이고 있는 아내의 모습


둘이서 번갈아가며 공을 한 번씩만 튄 뒤 얼마나 많이 그리고 오래 칠지 궁금했던 우리는 30번, 50번을 넘어 70번 연속으로 공을 살려낸 뒤 하이파이브로 마무리했다. 하네스를 채워 한쪽 기둥에 잠시 묶어둔 반려견 '설이'도 엄마, 아빠의 경기를 지켜보다 웃으며 환호했다. 둘이서 치다가 한 명이 혼자 플레이하면 다른 한 명은 설이와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와서 교대하곤 했다.


반려견 '설이'가 웃으며 응원하는 모습


산책 갔다가 와서 반갑다고 안기는 반려견 '설이'


라테스민턴을 시작한 지 어느덧 4개월 정도 됐다. 그 사이 코로나 19가 2단계로 격상되어 체육시설이 임시 폐쇄되면서 자주 나오지는 못했다. 1단계로 재조정되고 시간과 공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움직였다. 그 결과 벌써 2개의 공이 찢어져 버렸지만 아내와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서로의 관계는 더욱 단단하고 끈끈해졌다.


라테스민턴은 우리 가족에게 운동과 산책이자 화합의 상징이 됐다. 더불어 세 식구의 삶이 건강과 행복으로 채워지도록 뜨거운 활기를 불어넣는 고마운 존재다. 많은 사람들이 '테스 형~'을 부를 때 우리는 '라테스~'를 외치며 라테스민턴 장비를 챙겨 나갈 채비를 한다.



제크나인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스포츠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제크나인

스포츠단체에서 10년 이상 홍보 업무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감할 수 있고 희망이 있는 읽기와 쓰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