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풋살 도전기

"어릴 적부터 축구가 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축구가 하고 싶었다. 남자아이들 틈에 끼여 몇 번 축구를 해 보기도 했지만 짧은 이벤트로 끝이 났다. 운동장은 늘 남자아이들만의 공간이었고, 여자인 내가 운동장에서 할 수 있는 건 피구와 발야구 정도였다. 축구는 너무 멀리 있었다.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었다.


둘째 아기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니 나만의 시간을 찾고 싶었다. 그동안 해 온 취미들도 많았지만 이번엔 정말 축구가 하고 싶었다. 근처에 있는 여자 축구클럽부터 찾아봤지만 여자 축구클럽 자체가 거의 없었고, 겨우 찾은 한 곳은 현재 신입회원을 모집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쯤 포기하고 지내다 얼마 전 조금 먼 거리에 있는 여자 풋살클럽을 알게 됐고 그날 바로 지원했다.


경기장이 멀리 있는 건 운전으로 극복이 가능했지만, 문제는 평일 저녁 시간에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첫째 아기는 신생아 때부터 밤잠을 남편이 전담했던 터라 아빠만 있어도 잠을 잘 잔다. 하지만 둘째 아기는 내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저녁 약속이 있어도 둘째 아기는 재워놓고 늦게 나갔다 오곤 했다. 축구를 가려면 저녁 7시 이전에 집에서 출발해야 해서 둘째를 재우고 가는 건 무리였다. 남편과 상의 끝에 그냥 한 번 부딪쳐보기로 했다. 어차피 내년에 복직하고 나면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하거나 저녁 수업이 있는 날에는 내가 없이 잠들어야 하니 미리 연습해보기로 했다.


첫 풋살을 앞두고 나는 풋살화부터 장만했다. 어릴 때부터 축구광이었던 남편은 나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여러 개의 축구클럽에 참여해 온 남편 덕분에 축구 용품들은 따로 준비할 게 많지 않았다. 특히 축구 운동복은 신혼여행 때 이미 커플룩으로 구비해 놓은 것이 있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긴 배낭여행을 갔던 우리의 신혼여행은 남편의 열렬한 축구 사랑으로 인해 바르셀로나에 오랜 시간 묵었고, 캄프 누 경기장에서 FC바르셀로나 경기를 봤다. 그날 메시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태어나 처음으로 축구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대여섯 명의 선수를 샤르륵 스쳐 지나며 공과 함께 빠져나가는 몸놀림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나의 첫 풋살화


기대감을 가득 품은 채 첫 풋살에 참여했다. 1시간은 훈련, 1시간은 시합으로 총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둘째 아기가 오늘 밤 잠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도 컸지만 일단 축구에 몰두해보기로 했다. 드리블과 사이트 스텝, 잔발 등을 배우는 데 너무너무 재밌었다. 몸을 움직이는 하나하나의 동작 자체가 신이 났다. 훈련이 끝나갈 때쯤 애플 워치가 울려 봤더니 남편이 보낸 메시지였다. “걱정은 기우였나 봐. 둘 다 아주 잘 잠들었음.”


그때부터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이어진 첫 시합에서 나는 얼떨결에 첫 골도 넣었다. 헛발질도 많이 했고 패스 미스도 많았지만 한 시간 내내 너무 즐거웠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지만 내 얼굴은 내내 웃고 있었다. 팀 스포츠가 이렇게 재밌는 거라니. 이토록 재밌는 축구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고 생각하니 살짝 배신감도 들었다. 절반의 운동장을 되찾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첫 풋살 후 나는 입단 등록 신청을 했고, 유니폼도 주문했다. 매주 월요일 저녁 나는 그라운드에 있다. 나는 월요일, 남편은 수요일 축구를 하러 간다. 아기들은 내가 축구하러 갈 때면 엄마가 ‘축구 뻥’ 가는 날이라고 파이팅 외쳐준다. 언젠가 나와 남편, 그리고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이 다 같이 축구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때까지 기초체력부터 잘 키워놓아야겠다.



윤숲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스포츠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윤숲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 현실은 연년생 육아 중. 삶의 기록을 담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