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요가하는 클라이머,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가기

온더라키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요즘 관심사가 뭐예요?", "취미가 뭐예요?" 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때에 따라 종류도 바뀌고 다른 것들도 같이 끼어들기도 하지만 내 답의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바로 '운동'이다.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기간도 있었지만 분명 운동은 내 가장 오래된 취미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린 시절 내내 장래희망이었던 축구와 우연히 대회까지 나갔던 달리기부터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바람에 같이 했던 탁구, 대학 때 선배들 따라 배웠던 볼링과 복싱, 관심을 끄고 있다가 회사에서 같이 시작하게 된 마라톤까지. 그리고 지금은 우연히 체험을 했다가 흠뻑 빠져버린 클라이밍과 매번 고민만 하다가 몇 달 전 드디어 시작한 요가를 아주 만족하면서 즐기고 있다.


클라이밍과 요가는 서로 상반되면서도 비슷한 그래서 서로 보완이 되는 의외의 훌륭한 조합이다. 클라이밍은 전신 운동으로 주로 당기는 힘을 사용한다. 팔 힘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코어와 유연성도 필요하다. 주로 여럿이서 즐기지만 홀드를 잡으면 혼자만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렇게 안 풀리던 문제를 수없이 반복하다 결국 탑을 찍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요가도 전신 운동으로 코어는 필수다. 특히 내가 하는 아쉬탕가는 유연성만큼이나 근력을 요구한다. 두 팔로 몸을 들어 올리는 동작들이 있기 때문에 미는 힘이 많이 사용된다. 단체 수련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매트 위 나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어 낸다. 안되던 동작이 갑자기 되는 그 순간, 티를 낼 수는 없어도 나름의 큰 희열이 존재한다.


다행히도 이렇게 오랫동안 운동과 멀어지지 않고 지내고 있지만 지금과 과거의 그때에 운동을 받아들이던 느낌은 많이 달라졌다. 마냥 건강할 자신이 있던 20대까지만 해도 운동은 단순히 즐기는 활동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내 몸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 기회로 삼는다. 운동을 하면서도 내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에 집중하게 된다.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중점을 두고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요가의 큰 매력이지만 클라이밍도 비슷하고 아마 대부분의 운동이 마찬가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다른 것들 못지않게 중요하다. 운동의 중요성이야 당연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의무감보다는 즐거움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난 대부분의 운동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편이지만 운동을 하다 보면 아직 맞는 운동을 찾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이번에도 아니었는지 다신 볼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간혹 이것저것 하다가 결국엔 운동 자체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결론을 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전에 비해 다양한 운동들이 대중화되고 그만큼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막상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란 역시나 쉽지 않은 것 같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운동을 그만두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비교가 아닐까 싶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면 새로움에 재미가 생긴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한계에 금방 부딪힌다. 얼마 되지 않아 많은 것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아무래도 주변과 비교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사람마다 조건이 다르고 투입하는 노력이 다르다. 똑같이 시작해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흥미가 사라진다. 어찌 됐든 잘해야 재밌으니까. 혹시라도 아직 맞는 운동을 찾는 중이라면 조급함을 버리고 천천히 과정을 즐겨봤으면 좋겠다. 어느 순간 자연스레 삶의 일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한 때 클태기(클라이밍 권태기)가 온 적이 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포기보다는 욕심을 부렸고 결국 어깨가 망가졌다. 완전한 회복이 안돼서 아쉬움이 크지만 이를 계기로 요가를 시작했다. 진작 할 걸 하는 후회와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함께 들었다. 다행히 치료가 끝나고 클라이밍을 다시 할 수 있게 됐고 쓸데없는 욕심은 사라졌다. 얼마 되지 않은 요가를 하면서는 아직 힘듦이 크긴 하지만 그 또한 즐거움 중의 하나로 느껴진다. 언젠가 모든 동작들이 익숙해질 순간을 기대하며 가능한 오랫동안 요기 생활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온더라키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플레이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온더라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IT 엔지니어, 가끔씩 글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