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라유자와(ガーラ湯沢)에서의 첫 경험 | 인생 첫 스노보드 체험기

하늘나는연어


次の駅はガーラ湯沢、ガーラ湯沢駅です。新幹線をご利用ください、誠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다음 역은 가라유자와, 가라유자와 역입니다. 신칸센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을 보는 날을 손에 꼽을 만한 도쿄와는 달리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이곳 니가타현에는 며칠 전부터 내린 눈으로 30센티가 넘는 눈이 쌓여 있었다. 굳이 설국이라는 소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눈의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본에 살면서도 처음 방문하게 된 니가타!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옷 틈새를 파고드는 찬 바람이 상쾌하다.


“자, 다들 빨리 움직이자! 한 번이라도 더 타려면 빨리 움직여야 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곳 가라유자와는 스키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신칸센에서 내리면 바로 스키장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보니 도쿄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타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다. 니가타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스키어들이 하나 둘 모여든 것이다. 우리도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스키를 타고자 도쿄발 가라유자와행 신칸센에 몸을 실은 것이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오래전부터 올림픽과 같은 국제무대에서의 성적만을 위한 엘리트 스포츠 교육이 아닌 생활 스포츠 교육으로 방향을 틀어, 어릴 때부터 학교나 마을에서 쉽게 스포츠를 접할 수 있다. 의무 교육을 마친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은 운동을 한 경험이 있고, 사회인이 된 이후에도 운동을 즐겨한다. 겨울 스포츠 역시 일본인들이 많이 즐기는 운동 중 하나로 일본은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겨울 스포츠 강국이다. 특히 스노보드 쪽에서는 국제무대에서도 메달을 획득하는 등 일본인들의 스키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일본에 몇 년째 살면서도 한 번도 스키장 근처에 가보지 못한 내가 안쓰러웠는지 독서모임에서 만난 누나가 사람들을 모아 날을 잡은 것이다.


“자 일단, 아직 강습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초보자 코스에서 혼자 일어서는 것부터 연습해보자”


 지난여름, 서핑 강습을 받으러 갔다가 3시간 내내 한 번을 제대로 일어서지 못해 강사 누나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나로서는 쪼그라드는 마음을 부여잡고 누나 뒤를 따라갔다.


“보드 제대로 잡고 있어야 해. 놓치면 그대로 내려가서 밑에 있는 사람이 다칠 수 있으니까.”


 겁을 주는 건지 도와주는 건지 모르겠는 누나의 말을 들으며 보드를 눈에 콱 박고 왼 발목에 보드와의 연결고리를 장착하고, 양 발을 보드에 올렸다. 누나의 지시에 따라 등 뒤로 손을 대고 반동을 이용해서 허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려고 보니 그대로 일어났다가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고, 그렇다고 힘을 덜 주자니 엉덩방아를 찧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번.. 엉거주춤한 자세로 설 듯 말 듯 하다 보니 조금씩 요령이 생겼다.



“오.. 그래 그래도 강습 때 민폐가 되진 않겠다. 자 그럼 내려가서 강습받고 와~!”


그렇게 초급자 강습반에 내던져진 나는 일본인 강사 분의 지시에 따라 기본적인 동작을 연습했다.


では、リフトに乗りましょう!(자 그럼, 리프트를 타볼까요!)


리.. 리프트?!?!


 조금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스키장을 여태껏 가지 않았던 이유를 잠시 잊고 있었다. 사방이 뻥 뚫린 리프트.. 바람이 불면 흔들릴 것만 같은 리프트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 커다란 스노보드를 발에 맨 채로 올라타야 하다니..


 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리프트를 탈 차례. 기다리면서 강사분의 주의 사항을 수십 번 되뇌고는 리프트에 올라탔다. 긴장하던 것도 잠시, 안정을 찾자 주변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하늘과 눈으로 뒤덮인 산과 마을. 아래에는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경사를 즐기는 사람들. 신칸센을 내리면서 느꼈던 상쾌함과는 또 다른 상쾌함을 느끼다 보니 어느새 내려야 할 곳에 다다랐다. 스노보드가 땅에 닿자마자 두 발을 스노보드 위에 올리고 미끄러지듯 출구를 벗어나니 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では、今日は、木の葉滑りを練習します。(자 그럼 오늘은 낙엽 쓸기를 연습하겠습니다.)


 누나랑 연습할 때는 일어서는 것조차 어렵더니 그래도 먼저 연습을 좀 했다고 같이 강습을 듣는 사람들보다 빨리 터득해나갔다. 그리고 곧 혼자서 내려갔다 올라왔다 할 만큼은 탈 수 있게 되었다.



お、K君はもう一人で練習してください。上手!次回は上のクラスを聞いてもいいと思います(오, K군은 이제 혼자서 연습해주세요. 잘하네요! 다음엔 상위 클래스 수업을 들어도 되겠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선생님으로부터의 칭찬.. 아.. 아니 고등학교 때도 못 들었나.. 중.. 중학교 때는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별 것 아닌데 누군가로부터 받은 칭찬에 괜히 우쭐해졌다.


 그렇게 연습을 마치고 자신 있게 상급자 코스로 가서 엎어지고 넘어지며 간신히 내려온 것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스키를 처음 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경험담일 것이다.


 어느새 스키장이 문을 닫을 시간. 마지막 1분까지 스키를 타겠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스키장도 어둑어둑해지고 마지막으로 스키장에 남은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는 안전요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뒤로하고 우리는 도쿄로 돌아오는 신칸센에 몸을 실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즐겼지만 벌써부터 내일 닥쳐올 근육통과의 조우가 두렵기만 하다.            


하늘나는연어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플레이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

하늘나는연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오랜 타지 생활을 거쳐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에서의 짧은 직장 생활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경험과 관심사를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